더 레슬러 - 연극학적 사회학의 관점에서
어빙 고프먼이 연극학적 사회학을 통해 말했던 것처럼, 사람은 누구나 front stage와 back stage를 지니고 있다. 미키 루크의 영화 <더 레슬러>를 보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누구나 레슬러처럼 만신창이가 되어도 front stage에서는 웃어야 한다. 이렇게 우리는 고통을 애써 숨기고 다시 한 번 무대로 들어선다.

그는 항상 "랜디 램"의 가면을 쓰고 그 가면을 벗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그는 back stage에서 집세가 밀린 "램진스키"일 뿐이다. "램진스키"는 심장병에 부상으로 대기실에서 고통스러워 하지만, 가면을 쓴 "랜디"는 20년 전처럼 "챔피언"이다. 영화에서 드러났던 것처럼, 이 작품은 그래서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의 세속적 버전이다.

이는 스태플러에 철조망에 찍힌 채 고통스러워 하는 "램진스키"의 모습을 볼 때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이 장면에서 나는 모종의 숭고함을 느낄 수 있었다. 예수가 못 박히던 것처럼 세속의 인간들도 이렇게 만신창이가 되어 살아간다. 다만 back stage에서 홀로 고통을 이겨낼 뿐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우리 모두의 것이다. 

스트리퍼인 "캐시디" 역시 현실의 "팸"을 애써 숨기려 한다. 무대에서 내려온 그녀에게는 아이가 있고, 손님과 관계를 맺어서는 안 된다는 스트립바와의 계약이 있다. 그래서 "랜디"를 좋아하는 감정을 숨기려 들고, 밤의 스트립바가 아닌 낮에 거리에서 만나는 것은 참으로 어색한 일이다. 가면을 벗는다는 건 참 낯선 것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감정의 과잉으로 치달을 수 있었지만, 이를 최대한 절제하려는 데에 있다. 대다수의 한국 영화는 이런 상황에서 최대한 눈물을 짜내려 하면서 서정적인 BGM을 깐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렇지 않다. 그저 담담하게 이 모든 것들을 담아낸다. 진정한 슬픔이란 눈물을 애써 참으려 하는 것이기에.
by 조명래 | 2009/10/05 01:40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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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오리지날U at 2009/10/05 09:59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
Commented at 2010/01/04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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