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져 비트와 신자유주의

동생과 버져 비트라는 일본 드라마를 보았다. 주인공은 "야마삐"라는 인기 배우. 극중에서 농구 선수로 나오는 그는, 과거 득점왕을 휩쓸던 유망주였다. 하지만 프로에 진출하면서 그는 번번히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고, 불경기로 연봉마저 삭감되면서 아리따운 여친마저 별로 멋있지도 않은데 싸가지 없는 더 능력 있는 동료 선수와 바람을 핀다.

우선 손발이 오그라들던 대목은, 너무나 티나는 복선을 드러낸다는 것. 한 두 개가 아니라 집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거두절미하고 이 드라마가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과거의 득점왕은 과거 일본의 위상을 은유하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부진한 모습은 버블경제의 붕괴로 내려앉아 와신상담하는 일본의 위상을 은유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을 지나치게 개인적인 차원으로 환원한다는 것이다. 결국 기성세대의 분신인 코치는 야마삐에게 젊은이답게 패기 있는 삶을 살 것을 주문한다. 또한 어떤 상황에서도 인생을 즐기며 긍정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게 젊음 아니냐는 것이다. 이런 박하스 CF와 같은 시츄에이션이 의도하는 것은 무엇일까?

아도르노는 미국의 한 시트콤이 어려운 현실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조화로운 삶을 살아가는 간호사의 모습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유지를 꾀하고 있다는 음모론을 제기한다. 그녀는 사랑스럽고, 그래서 지배 계급이 열망하는 존재다. 대중은 브라운관에서 그녀를 바라보며 잠시나마 현실을 잊고 자신을 거울에 비쳐본다.

야마삐는 신자유주의적 무한경쟁 체제에 사는 존재다. 장신의 외국인 용병과, 입이 벌어질 정도로 차이가 나는 선수 간의 연봉, 선수 간의 견제를 걱정거리로 안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바이올리니스트 주인공은 "이류대학"을 나와 알바로 생계를 잇는다. 우리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화면에 줄기차게 등장하는 "사랑이 나를 강하게 만든다"는 명제는 사실일까? 정말 이 드라마가 말하는 것처럼, 우리는 사랑의 힘으로 어려운 현실을 한 방에 잠재울 수 있는 "버져 비터"가 될 수 있을 것인가? 그래서 이 드라마는 단순히 즐기고 넘어갈 차원을 넘어서, 문화사회학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by 조명래 | 2009/08/03 00:51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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